티스토리 뷰




바둑을 즐긴다거나, 기보를 볼 줄 안다거나 하지 못한다.

바둑이라면 조훈현9단,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고스트바둑왕(-_-) 정도나 아는 그냥 바알못.




올해 3월,

세기의 대결, 인간의 미래를 점친다는 여러 부제가 붙으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치루어졌다.

4:1로 알파고의 승리였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 푼돈(?)쓰고 전 세계에 기술력을 홍보한 구글 등 수많은 '가쉽'에 가까운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게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 이로 인해 페이스북 인공지능 클럽에 가입한 정도.

사용되는 기술, 많이 회자되는 논문이 무엇이 있구나,. 하고 한번 씩 눈팅하는 정도.


당시 알파고의 승리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던 중이라 기보 및 대국에 별 관심이 없었고 매 대국이 있을 때마다 결과만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딥마인드에서 당시 알파고의 관점에서, 알파고가 가졌던 생각의 흐름을 정리한 리포트를 공개했다.

https://deepmind.com/research/alphago/alphago-games-korean/



알파고를 누구보다 절절히 경험했을 판후이 2단의 서술,

여기에 구리 9단, 저우루이양 9단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시작부터 전반적인 흐름이 보이고 알파고가 미리 그렸던 예상 전개도까지 더해지니 거침없는 행보와 매 분수령마다 고민했던 궤적을 느낄 수 있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있기 전 알파고-알파고의 셀프 대전부터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의 기보를 하나씩 보고 있을 때에는 '그렇구나'하는 무미건조한 감상이었다 '신의 한 수'를 두었다는 4국 기보를 따라가며 어느새 이 전장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장검을 휘두르며 쾌속으로 달리는 알파고와 이를 흘리듯 받아들이는 이세돌 9단의 행보가 읽히고 '신의 한 수' 였다는 78수가 나올 때 즈음해서는 '아름답다' 라는 생각까지 했다.


헐거운 듯 빠듯하게, 전력을 다해 내지르지만 유려하게 흘려받는.

유하게 받아들이다 단검을 내어 찌르는 그의 심리가 전해질 정도-


다섯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기보와 해설로 그 때의 대국을 제대로 접하지만, 여러 만화, 드라마, 영화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누군가의 흔적을 보다가 그 주인공이 함께하는 듯한, 그의 시야에 빠져있는 듯한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철저히 알파고 입장에서 서술된 리포트이지만, 정말 치열한 접전이었기에 이세돌 9단의 시야까지 공유할 수 있던 것인가,. 싶은 그런 리포트.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기술력도 대단하지만 이런 리포트를 통해 결과를 나누는 문화,

여기서 경험할 수 있었던 '일가를 이룬 이'들의 견해와 식견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리포트였다.

그리고 제 4국의 전체 기보. 전장의 한 가운데를 관통한 78수의 위치와 역할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단상_뻘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2 :: 다시 한 번, 새해를 맞이한다  (0) 2018.02.19
2016.07.18  (0) 2016.07.19
2016.07.07 : 다시 이곳  (0) 2016.07.08
떠나보내기  (1) 2015.08.28
2015.07.30 : 책  (3) 2015.07.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