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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 넘게 함께 한 선풍기의 규칙적인 탈탈거리는 소리없이도.
전기세 생각에 땀 삐질 거리는 날만 바닥깔고 아래 누웠던 에어컨없이도 간밤을 지낼 수 있는 즈음이다.
어느 새 밤에 창을 열고 자려다보면 지 짝을 찾으려 목청껏 찌르르대는 귀뚜라미의 소리가 부럽기도 시끄럽기도 하는 즈음이다.
내게 오는 것을 많이 가린다.
내게서 나가는 것을 많이 가린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가린다.
그 덕에 밥숟갈 들기 위해 의도치않게 흘러들어온 이곳 수원에서의 생활은 딱히 이러저러한 교류없이 사무실-집-취미의 원심고리같은 나날,
한결같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러한 나날을 맞이한다.
영원히 고통받고 있어
2013년 어쩌다 MTB를 하나 챙기게 되어 시작한 자전거-
2014년에는 어쩌다 손형이 쓰던 자손을 가져오게 됐고, 그 뒤로 BMC 영입, 캠버 영입, 에이월 영입 등,.
만수르만큼 일을 벌렸지만 만수르가 1초면 쓰는 돈을 들여 이렇게 저렇게 자전거 식구들이 늘었다.
그러다 첫 사이클인 자손을 찾는 분이 생겼다.
다이아몬드백 포디엄 차대
듀라에이스 7800 그룹셋
이런저런 구성 부품
노바텍 젯플라이
정도로 이루어진 자손.
이 녀석으로 손형은 대관령 오르막 대회를 치루었고 나는 여행/자출용도로 잘 썼다.
뭐,. 단순히 무게만 따지면 SLC01보다 가벼운 녀석이니-
식구도 너무 많이 불었고, 정리는 해야겠고 때마침 고라니 스트라잌으로 원치 않게 돈은 나가게 되었고,.
그러던 차에 나타난 구매자.
인천 청라에 사신다는데 자전거이다보니 당연히 직거래를 위해 이쪽으로 오셨다.
- 철인을 해보려는데 같이 운동하는 녀석이 '이게 왜 아직도 안팔렸지?' 하고 알려주더라고요
뭐,. 기본 도색 다 까고 직접 한 도색이 있으니 그랬을, 그런 이유다.
실용적으로만 본다면 이 녀석만한 자전거를 구할 수 있을까,.
싶은데 다행히도 이 분 역시 실용을 중시, 도색 역시 깔끔하니 만족하신다네
지금껏 많은 중고거래를 했지만 이 녀석만큼 뭔가 좀 아쉬운 경우도 없었고 이번만큼 물건 가져가시는 분이 만족한 경우도 없었다.
긴 거리를 내 다리만으로 움직였고 그 반응을 직접 전해주었고 피곤함 힘듦 풍경의 여유를 같이 하던 살붙이같은 존재라 그런가-
잘 가라
이 녀석과 함께 한 시간과 경험은 많은 사진들로 남아있고-
섵부른 초가을이었나,. 비 맞으며 발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경험도 해주었고 강릉에서 목포로 향하는 여정,
인천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여정,. 시간으로만 보면 나와 가장 긴 시간을 같이 한 듯 하다.
잘 가라-
매우 좋아하시는 분께 갔으니 앞으로도 잘 만져지고 잘 굴러다닐거고-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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