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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_뻘소리

2016.07.18

노란두줄 2016. 7. 19. 01:13



1. 널부러진 부스러기

수 년간 쌓여온 부스러기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한 노력과 시간을 담은 것들, 그러나 이제는 무의미한 것들을 하나씩 손보고 정리해서 내놓는다.

나의 행위들을 위해 쌓여온, 그러면서 섞여온 파편들을 하나씩, 종류 별로, 쓰임 별로 다시 나누고 다시 합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한 가치가 다른 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나하나의 부스러기를 모아 결과물을 내어도 나 아닌 다른 이에게는 여전히 부스러기로 보일 수 있는 일이다.

동일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겠다.

나의 결과물을 생판 모르는 이가 알아봐줄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은 일이겠다.





2. 모순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 둘이 붙는다면 과연 뚫릴까 막힐까-


하루를 접어가는 시간에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또는 모니터 불빛 앞에서 나른하게 온몸을 풀어주는 맥주 한 캔,

오랜만에 그 한 캔의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고는 큰 냉장고에는 생각보다 많은 반찬과 그만큼 많은 캔들이 각자의 몸을 식히고 있다.

만원이면 커다란 캔 네 개를 입맛대로 집어올 수 있는 편의점이 집 주위에 널렸으나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고,.

냉장고 문 한켠에 덩그러니 놓인 맥주는 언제 이곳에 들어왔는지 통 알 수가 없다.

그 사이 한 병의 포도주마냥 숙성된 것일까.


손타지 않았으니까, 나는 너를 믿으니까-

그렇게 믿었던 기네스 한 캔은 나의 기대를 산산히 깨버렸다.


개동균과 그렇게도 열심히 세계 맥주들을 찾아 돌아다니던 2000년 초반,

한 캔에 130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녀석을 없던 돈을 쓰며 들이켰으니 그만큼 미화됐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나 대단했던 미각의 충격을 주었던 이 녀석인데,.


시원하게 잡아당긴 손잡이 너머로 목구멍을 타고 들어온 것은 맥콜이었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이곳으로 넘어온지 두 달 가량 되었나?

냉장고가 별로인 것인지 맥주도 최고의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인지,.

한번씩 기대와 함께 들이키는 이 한 캔이 1000원짜리 음료수가 되었네.

냉장고가 별로라 짜증을 냈나 싶지만,.


다른 반찬들은 군말없이 여전히 맛있는데,.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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