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삼십대를 들어서 맞이했던 몇 년.

그 몇 년을 지나면서 구비구비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여겼다.


그 후로 맞이한 몇 년.

지나온 구비가 있으니 슬 완만한 경사를 올라갈 줄 알았다.


이어 맞이한 또 몇 년.

불렀던 서른 즈음에는 아직 후렴도 가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중턱을 넘었다.

이제는 완만하리라 싶었던 경사는 더 가파르고 급한 구비를 좌로 우로 넘으면 앞으로 쭉 뻗을 새 없이 바로 다음 구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이제는 완만하겠지' 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좀 더 긴 구간을 대비하는 내가 있고, 더 심한 구비는 어떻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동네 언덕에서 뒷산. 뒷산에서 구릉. 구릉에서 명산, 명산에서 산맥...


계속 이어지는 구비와 경사가 유난히도 심했던 한 해. 이제는 지나간 2017년.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맞아 400여 일만에 맞이한 휴일. 한적한 카페 구석에 앉아 앞에 들리는 빈티지 스피커의 소리.

옆에서 타닥거리는 -화목난로면 좋았겠지만- 온풍기의 소리.


더욱이 올해는 세 번째 맞이하는 개띠해.

어느 순간엔가 매 년 '황금'을 붙이는게 일상이 되었더라. 그래서 올해는 황금개띠,의 해란다.

쉽게 할 수 있는 호칭이나마 '황금'을 붙여주고 얻은 것 같은, 이룬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것일터인가.


구비와 경사는 이제 생각도 나지 않는다.

무엇이 됐건, 올해는 지난 한 해의 개고생을 굳히는 한 해로 만들겠다.





'단상_뻘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세돌 9단 - 알파고 대국 리포트에서 느낀 아름다움  (0) 2016.09.13
2016.07.18  (0) 2016.07.19
2016.07.07 : 다시 이곳  (0) 2016.07.08
떠나보내기  (1) 2015.08.28
2015.07.30 : 책  (3) 2015.07.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