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단상_뻘소리

자전거 탈 때, 공격적이야

노란두줄 2015. 3. 9. 16:53



공격적이야




일전에 꽤나 얘기가 잘 통한다 생각되는 지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게 얘기했다.

평소엔 상당히 차분하고 생각 다양하고 재미도 있고..(내가 한 얘기 아님) 한 녀석이 자전거만 타면 그렇게 공격적이란다.


무슨 얘기인가,. 전혀 감을 못잡고 있었다.


얘기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 의미를 알기 위해 더 얘기하다보니 그제서야, 스스로도 아,. 하고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지인은 누군가를 볼 때, 그의/그녀의 분위기, 오오라를 볼 수 있는 듯 하다.

나 역시 때때로 느끼는 점인데,. 누군가를 유심히 보고 느끼면 각자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편이다. 

..보인다고 해야하나?




이런 거


어느 사람에게나 다 느껴/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는 경우,. 보이는 색마다 특성이 다르다.

같은 색이 보이는 사람은 비슷한 특성을 보이기도 하고.



지인은 내게서 어떤 색을 보았을까, 어떤 분위기를 느꼈을까.

그 지인 뿐 아니라 다른 동생도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하니 틀린 얘기는 아닐 듯.





하긴 그렇다.


헛바퀴질을 할 때나, 텐프로 클럽 활동을 할 때나,. 전반적인 코스를 보기 보다는, 흐름을 보기 보다는,.

어떻게든 더 앞으로 빨리 가서 잡을 것인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만 생각하다보니,.


단지 몸에서 느껴지는 부하와 가민에서 보이는 숫자.

더 올려야 한다는 알 듯 말 듯한 압박, 그러나 쉽게 올라가지 않는 숫자 사이에서 헤매이는 듯.

갈등을 넘어서 꽤나 조바심에 시달리는 듯.


코스가 끝나면 다른 사람들은 어디가 어땠다 어디가 힘들었다 어디가 좋았다,. 하는데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코스가 끝났을 뿐. 그 과정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그건 어제 텐프로 동부7고개 2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딱히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쉬이 해결이 안될 문제이기도 하다.



더, 조금 더


철이형이 찍어준 꽤나 맘에 드는 사진.

그러나 다음에 든 생각은


'진입속도가 더 빨랐어야 했다, 저기서 페달질이 필요없었을 만큼'

'진입을 더 빨리해서 차대가 더 눕고, 타이어를 측면까지 밀었어야 했다'

'저 만큼의 타각은 필요치 않았다, 타각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진입-탈출에서 실속이 생겼다'

'상체는 저게 대체 뭐임'


뭐 이런.


보통 얘기하는 '즐긴다'라고 하는 측면이라고는 1g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생각들.

이런 상념들이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일행들에게는 전해지나보다.

하하호호 하면서 달려가는 것이 아닌 저 앞으로 가늘고 기다란, 그러나 뚜렷한 레이저를 쏘아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레이저 발사




내리막에서 더 이런 편이다.


내 앞에서 갈라지는 공기 사이로 들어가는게 좋아서인지,.

갈려진 틈이 그곳으로 향해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름 라인 보는데에는 익숙하다,. 라 생각해서인지 라인만 보이면,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가는 편이다.

사실, 이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는 것은 인정.






다른 사람들은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나 스스로가 두 번의 살짝 위험했던 상황을 느꼈다.

역시 기억을 하지 못하는 나의 단순함은 '어느 고개 정상'이라고만 떠올리는 그 곳.



금새 저 앞에 일행이 있는데 눈 녹은 물,. 등을 흡수하기 위해 그 엉성하고 두꺼운 부직포? 를 깔아둔 곳이 멀지 않은 곳에 보였다.

다들 강한 제동을 하고 천천히 이를 넘어가는데 자전거를 띄울 생각에-이러다 전에 클릿 부러짐- 그냥 진입하려 했다.

하지만 제동하며 내가 본 라인 쪽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길래,. 나도 강하게 제동.

뒷바퀴가 잠기며 흘렀으나 다시 자세를 잡아야만 했던 불필요한,. 과정.




또 하나는. 거의 제동이 필요없어 보였던 완만한 좌코너.

와인딩할 때에도 중앙선은 안넘어 간다는 기준이 있었기에 자전거도 어떤 상황에서건 중앙선은 넘어가지 않는다.

선행자가 많아서 거의 중앙선을 물고 들어가는데 코너 탈출부에서 건너 1차로에서는 버스, 2차에도 다른 차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버스니까.

워낙 덩치가 크셔서 그대로 중앙선을 물고 들어가다가는 헬멧도 소용없겠다 싶어서 나름 너른 자리가 있길래 라인을 다시 잡았다.

코너 각이 더 강했다면, 버스의 진입이 더 빨랐다면 어찌어찌 피했어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겠지.


나만 그곳을 달리던 것은 아니니까.





봄이다.

얼어있고, 굳어 있던 겨울이 지나고 여기저기서 순이 움트고 있다.

그리고 이제 벚꽃이 피어오르겠지. 이렇게 나도 불필요한 굳어있음은 풀려야 할 일이다.



나 아닌 다른 이도 그 길을 밟아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만날 수 있고. 수많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어울림보다는, 나의 그 조바심에 그리고 압박이 다른 이에게 '공격적'이라는 느낌까지 전한 것일까.



지인과 얘기할 때에는 나 나름의 '즐기는 법'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하나의 경험이 쌓이고, 조금은 더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다시 그 대화를 돌이켜보아


   '이 역시 하나의 즐기는 법이 아닐까'


여기에 스스로 하나의 물음표를 붙여본다. 





목표는 선명히 그곳에 있지만, 그 과정을,. 조금 여유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단상_뻘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7.30 : 책  (3) 2015.07.31
파워미터 사용에 대한 생각  (0) 2015.03.23
무작정  (0) 2015.02.23
윤색  (0) 2015.01.28
정리  (0) 2015.01.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