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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선중이형과.

CP2부터는 정철형까지 같이 한 200km의 여정.

혼자 갈 수 없으니 같이 가서 탈탈 털리세(털리세는 내가 한 얘기)라는 형의 제안을 덥썩~ 물어주었다.

이왕 장거리 가니까 개인적인 숙제를 하고 싶기도 했고.


회사도 그렇고 이런 저런 일들로 막상 선중이형네 도착하니 거의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출발을 5시에 하려 했으니 4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집에서 샤워하고 갔기에 바로 엎어져 자려 했지만 곰의 호흡기가 공명하는 웅장한 소리에 쉬이 잠을 잘 수 없었다.


한 시간이나 잤나?


잤다기보다 한 시간이나 눈을 감았다 뜬 것 같다.

정작 200에 대함은 하나도 없고 이런 저런 생각에, 그리고 웅장한 공명음에.

네 시에 눈을 떠서 머지 않은 반미니로 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갈까 했는데,.... 추워 =ㅁ=


가득 웅크릴 정도의 추위는 아니었지만 차에 자전거를 싣고 반미니로.



이 만큼만 가면 돼





새벽 벽두부터 많은 사람들이 반미니에 있었다.

꺼멓꺼멓한 하늘에 꺼멓한 한강이 만나 어디가 위고 아랜지 알 수 없으나 그 사이 수많은 하얗고 빨간 등이 수놓인다.


모든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선중이형의 담배 한 대와 함께 출발한 200km의 시작,. 은 처음부터 꼬였다

중랑천으로 진입해서 '무슨 랜도너스 코스가 이래' 싶은 자전거 들고 도담다리 뛰기, 공사판 가로지르기 등 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보니 이미 한참을 잘못 들어왔다. 


그 길을 다시 돌아 제대로 방향을 잡고 의정부로 향했지만,.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에 선중이형의 목소리는 애처로운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강이기에 때마침 있었던 자전거 도로 변 화장실에서 형은 행복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영하 9도가 찍히는 온도에 자전거를 지키는 내 팔은 곱등이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따사하다며.

날씨 좋다며. 풀렸다며.


기상청 이 ㄱㄱㄲ...



가벼운 옷차림에 버프도 귀돌이도 아무 것도 없이 나선 여정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6시 대에 출발한 사람들도 추위로 인해 포기하고 돌아간 이들이 있더라. 

그렇게 그렇게 CP1에 도착해서 먹기 시작.


오늘의 주제는,


   1. 가급적 열심히 땡기고

   2. 가급적 파워젤 도핑은 하지 말자.


였기에 가는 동안 먹은 것은 그냥 물과 BCAA와 아미노산을 푼 물 정도.

이런 목적이었기에 초반부터 가열차게 제끼면서 갔지만 중랑천 미아놀이와 화장실 쾌변놀이로 다 제꼈던 5시 출발자를 모두 다시 앞으로 보냈었다.


아.. 280 생각나네.


...서두가 뭐 이리 길어 뒤는 그냥 날리자.




CP1 도착해서 죽.

지금까지의 경험 상 최고의 보양식/보급식은 죽!

꽤나 열심히 왔기에 아까 앞으로 보낸 사람들을 다시 많이 만났다.


워낙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편의점에 들어온 사람들은 안나가더라.

어떻게든 안에서 다 때우더라는.




최근에 손형이랑 떠들다가 안장을 뒤로 20mm 가까이 밀었다.

그 덕에 다리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없던 오른다리 뒷쪽의 내측 인대가 저림. 많이 저림.

힘을 확 줄이고 회전만으로 돌렸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서 저렇게 풀어주며 갔다.

결국 클릿을 약간 밖으로+앞으로 밀어서 상당히 해결.


어제 문득 혹시나 해서 안장 높이를 재보니.

10mm 이상 내려와 있더라 -_-


랜도너스 때 그런건지 다음 날의 동부7 때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러니 다리가 멀쩡할리가.

지금 왼쪽도 안좋음



CP2.

역시나 열심히 왔기에 이번엔 죽 두 개+황도를 쳐묵쳐묵.


먹을 것을 사고 밖을 보는데,. 유령을 보았다.

6:30에 출발했다는 이 형이 여기 왜 나타나는거지...;

그러나 이 형은 등장하자마자 '털렸어, 집에 갈래, 문산까지만 어떻게든...'을 시전.





했지만 결국 완주했다. -_-b

역시 클라스가 다른 형임.

다만 강추위에 파워미터가 빠이~ 하셔서 여기부터 '내 파워데이터~' 하고 울며 반미니까지.




CP3까지. 


원체 비루한 몸땡이에 다리지만 심하게 털려있는 형들은 내 뒤에서 안락하게 CP3까지 왔음.

사실 마른 몸인지라 바람 좀 덜 맞은 정도겠지 ㅎㅎ

평소엔 볼 수도 없는데 이럴 때 뒤에 매달고 오는 영광을 누림 ㅇㅇ

평지에서는 가급적 32정도, 살짝 내리막 등에서 탄력이 붙으면 40이상을 유지하며 달리고자 했다.



그리고 도착한 이곳에서는 죽 두 개+라면 하나를 시전.


...점점 양이 늘어간다.

몸이 빨린건지, 아니면 그새 위가 늘어났나?


내가 이렇게 더 먹는 만큼 편의점 사장님의 미소는 점점 길어진다.

경기 북부 이런 편의점들에 가만히 잘 먹고 가주는 사람이 200여명인데, 점주님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나하나 목표를 이루어 인증 도장을 받는 주자들의 쩔어 있고.

그 도장을 찍고 주자가 내려놓는 물건의 바코드를 찍는 점주님에겐 미소가 가득하다.







그 다음은 파주를 따라 내려가 한강으로 진입하는 길이었기에,. 열심히 피한 것 밖에 없다.

오후되니 풀린 날씨에 서울시민이 다 한강으로 나온 듯, 일가족, 커플(-_-), 동성 친구들 기타 등등등등등.

편도 1차인 한강 자전거 도로를 8차선 마냥 꽉꽉 눌러 채우고 있었음.


어찌어찌 반미니에 도착해서 형들은 완주증을 받고 나는 자전거를 지키고.

선중이형은 탈탈 털렸는지,. 반미니 오자마자 클릿빼고 도그마를 던지더라 ㅎ

도그마가 바닥에 누워 핸들 꺽여서 휠이 하늘을 보고 있는 형상이란.




다시 형네로 와서. 집 옆에 있는 고깃집으로.

돼지고기가 있었으면 양으로 승부했을텐데,. 아쉽.

소소하게 저만큼+육회로 마무리.



오늘의 목표를 점검해보면 :


   1. 가급적 열심히 땡기고                -> 지속주로는 성공. 인터벌은 차마 못함.

   2. 가급적 파워젤 도핑은 하지 말자. -> 성공


오전 내 추위에 탈탈 털린게 좀 크지 싶다.


잘 끌고 왔다.

이렇게 잘 끌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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