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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구

2015.05.05 : 낙차

노란두줄 2015. 5. 17. 21:38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오늘의 밥 한 끼를 챙겨 먹는마냥 자전거를 챙겨 모임 장소로 나간다.


재봉이가 그리도 가자 했던 호명선-광덕고개-화악산..

뭐 이런 코스라는데 코스 구성에 별로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전체 길이가 140km정도 된다더라,. 정도?


늘상 다니는 우리 모임 외에 행금반의 아정이와 경진이가 같이 하기로 한 오늘의 모임은 불과 25km정도를 달리고 마무리되었다.




이제 한창 기량도 올라오는게 느껴지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

당장 화천/설악/제천100/문경66 등 굵직굵직한 한 해의 이벤트들이 줄줄이 기다리는 이 때 발생한 낙차-


호명산 정상에서 앞/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는 새 재봉이에게 올라오는 애들 담아달라고 카메라를 맡겼고,.

하나 둘 씩 일행이 올라오고 교체도 마무리되어 내리막을 지나 평지 구간에 들어갔을 때 깨달았다.

아까 그 자리에 카메라를 두고 온 것을-



처음 오는 곳인데다 코스도 넣어오지 않았는데 T맵은 또 이상한데 찍어주며 한참 길을 헤매이다 도착한 정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정자, 바윗돌만이 존재할 뿐 덩그러니 놓여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카메라는 없었다.


뭐 어쩌겠어,. 하는 생각을 잠깐 하고 출발한 내리막, 그리고 눈을 떴을 때엔 근심 걱정 가득한 어느 얼굴의 부부의 얼굴이 보이고 119 구급대원이 내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호명산 정상에서 사고지점까지 불과 1분

auto-pause를 사용하지 않기에 파악할 수 있던 사고 지점


출발하자마자 우코너 헤어핀에서 나는 그렇게 날아갔나보다.
아까 내려갔던 길이고 딱히 난이도가 있는 곳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 날아갔을까-

사고 지점은 우코너 헤어핀인데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반대 차선 구석에 있었으니 차선 하나 만큼을 날아간 듯 하다


그렇게 태어나 두 번째 119 구급차를 타고 청심 국제병원으로 이동해 CT/Xray 등을 찍으며 상황을 보니 쇄골 골절-

부러진거야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올해 시즌의 시작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낙차라는게 신기한 것은 아니지만 구급차에 실려 올 정도이니 모두의 표정은 근심 가득

평소에 그렇게 내게 쎄게 나오는 근력이도, 검사받는 동안 병실 복도 의자에 쭈구리고 앉아 있더라



람보가 찍은 근력

아시...나요~



처치 후 딱히 거동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집은 수원인지라 일단 근처 식당에서 점심부터 먹고 수원으로 이동했다

반미까지는 은성이형 차로, 반미에 붕붕이와 자전거는 그대로 두고 현재의 도움을 받아 수원 성빈센트 병원 응급실로.

- vincent in vincent


여기서도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5월 6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야 병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날 현재가 10시 넘은 시간까지 자리 지켜주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 현재야 고마워,



두 번의 CT와 네 번의 Xray 촬영을 통해 확인된 부상은

1. 쇄골 골절, 30mm 가량 어긋나 있는 상태

2. 갈비뼈 4대에 금. 느낌으로는 앞이 하나 등 쪽으로 세 대

3. 그 외 몸 오른쪽 전반적으로 찰과상


하루의 대기를 거쳐 5월 7일 목요일 쇄골 고정 수술을 받았다.

수술,. 하면 드라마, 영화에서 흔히 보는 그 장면

수술실에 누워 호흡기를 대고 마취제 향을 3초나 느꼈나, 그리고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나는 다시 병동에






주렁주렁




찰과상 옵션

어깨, 팔꿈치, 골반 아래, 허벅지, 무릎 옆, 종아리

계속 이어진 고속도로 휴게소마냥 여기저기 많이도 긁었다

아마존 무단벌목 현장같...





하나씩 제거되는 장신구들

퇴원 전날 하나만 남은 헤파린 바늘 입구




수술 후 진통 완화를 위한 무통주사제.

보험 적용이 안되는 녀석이라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사용 동의를 같이 받는다. 이거 하나가 근 20만원 돈.

큰 수술 후 한 동안 진통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이런게 의보적용 불가 제품이라니 -_-




5월 10일 일요일, 퇴원


중간중간 회진 때마다 수술 후 차도가 좋고 회복이 빠르다고 처음 들었던 일자보다 빨리 퇴원했다.

동생과 함께 병원을 나서며 병원에 있는 동안 맛들린-그러나 해장 때마다 자주 이용한- 스크류바를 하나씩 입에 물고 병원을 나선다.



쇄골부가 계속 저리기도 하지만 등쪽 갈비에 금이 가서 누워 있는 것도 여의치 않다.

외래를 다니며 다시 찍은 Xray에서 확인된 고정판은 거의 쇄골 길이만큼, 여기에 고정핀 8개가 박혀 있었다

3일마다 계속 병원을 방문하며 수술부와 찰과상부의 드레싱을 교체하는 중.


개인적으로는 제작년 MTB 타다 낙차했을 때 왼팔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상완 전체를 갈아먹었을 때 약 한 달간의 메디폼 습윤드레싱만으로 '완벽'한 복구를 했었기에 그걸 기대했으나,.


역시 병원이라 그런지 철저한 소독과 거즈-밴드로 마무리하는 일반 드레싱의 정석이더라



이제사 좀 등쪽 통증도 덜하고 주위를 찬찬히 살펴볼 여유도 생겨 어제 자전거를 상세히 확인해 보았다.

사고 당일에도 자전거는 거의 멀쩡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세히 보며 어떻게 사고가 났던 것인지 추측해 본다




낙차 시 가장 취약한 레버는 양쪽 모두 부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왼쪽 레버가 안으로 돌아 들어갔음

바테입도 찢어지거나 갈린 부분이 없다.

양쪽 모두 고무 후드 상부, 앞으로 갈린 흔적이 있다.





양쪽 모두 FLIGHTDECK이라 적힌 레버 명판과 그 아래의 지지 하우징이 사라졌다.

프레임도 어디 하나 상처가 없고 안장도 딱히 갈리고 찢어진 곳이 없다. 휠도 멀쩡

딱히 레버 동작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대로 써야지. - Ultegra Skeleton Custom


액션캠이 있었다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이러한 차대 상태를 보아서 추측되는 바는

1. 우코너 헤어핀 진입 후 구덩이, 돌뿌리 등으로 인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짐

2. 우코너 린인 상태였을 것이므로 왼쪽 레버 상부 바깥쪽 면이 강하게 충돌하며 돌아 들어감

3. 양쪽 레버 후드부가 지면과 부딪치면서 사진과 같이 갈리고 찢어지며 하우징, 명판이 날아감

4. 자전거가 이렇게 되는 동안 나는 헬멧 우전방부와 어깨가 지면과 충돌, 몸 오른쪽이 살짝 지면과 갈림

5. 자전거, 몸 모두 건너편 차선 바깥쪽에서 정지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정상에서 출발하고 1분도 안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 난이도 있는 코스도 아니고 대체 왜 낙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고

기억이 없으니 내 몸과 자전거의 상태를 보고 원인/과정을 추측해보지만 액션캠이 있었다면, 싶다





넘어지면서 찢어진 져지와 빕, 응급처치를 위해 잘라낸 빕과 속옷 어깨





앞은 그래도 좀 티가 덜 나지만 등을 보면 오른쪽 어깨와 등으로 모든 충격을 다 받은 것 같은 모양새

재봉이에게 싸게 사서 맘에 든다고 딱 두 번 입은 바롤로 져지인데 이렇게 찢어진 기능성 헝겁때기가 되었다.

텐프로 2015 팀킷은 이렇게 상의만 남게 되고-




2013년 제천 100 때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파쇄석이 깔린 내리막을 가르는 중 순간 기억이 아득해져 코너를 잘못 읽어 날아갔던 그 때의 져지-


당시에도 깊은 우코너였는데 그걸 깨달았을 때엔 이미 파쇄석면이 가득한 좌측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날아가는 그 순간에 그간 살아온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가고 그 와중에 저기 박히면 죽는다,. 싶은 부분은 피해서 벽에 충돌해서 다행이었던 낙차




여전히 출혈이지만 나는 간다 마이웨이-

..진정 불쌍해 보인다



져지 찢어내고 응급처치 대충하고 결국은 완주해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기억이기도 하다.

손형 손에 이끌려 자전거 사자마자 끌려간게 문경66, 그 다음이 이 제천 100 -_-


2013년 왼쪽 어깨를 날리는 낙차를하고 2014년 사이클도 병행하면서 한 해 잘 지냈는데 2015년,.

커리어하이가 확실시 되던 이 때에 이번엔 오른쪽을 날렸다.

더욱이 이번엔 골절이 있어 4-6개월 간의 재활과 조심스러운 생활이 필요한 상황.

2015년의 메인은 다 날리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근래 내게 많은 사람이 말했다

- 자전거 탈 때 공격적이야

- 호전적이야

- 대체 요새 왜 그리 열심히 타?(나는 잘 모르겠음)


처음엔 그런가보다,. 식으로 넘어가던 얘기인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니 스스로 자각하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네,. 하던 찰나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한 편으로는 차라리 잘 됐다,. 싶기도 하다.

과열된 엔진도 그나마 제 기능을 하려면 3-4랩 정도는 냉각만을 위해 차분히 달려야 하니까,.


나도 그만큼 좀 차분해질 시간이 주어진 것이려나.



단세포로 퇴화될 수는 없으니 상당히 회복되었다, 싶을 때까지는 집에서 고정로라 위주로 근력을 유지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손형과 같이 사부작 여행용 자전거나 타고 살방살방, 오디오도 마무리하고,. 악기도 좀 만지고.


그 동안 내 마음을 풀어내려고 자전거에 답답함을 담아 짐을 담아 내보내려 아둥바둥 어떻게든 돌아다녔다면,.

한동안은 차분한 시간을 가지며 몸이나, 마음이나,. 자전거나,. 


그리고 내 주변 모두 다듬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 듯 하다.




그래,. 얼마든지 더 큰 사고일 수 있었지만 깔끔히 뼈 하나 부러진 가벼운 일이야

차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작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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