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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여행

2018.12.27 :: 연말, 다시 강릉

노란두줄 2018. 12. 28. 20:08

 

** 연말 강릉을 찾는 연어

 

2018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오늘, 다시 그 자리에 찾아왔다.

언젠가부터 연말이면 혼자 찾게 되는 강릉, 여기에 뭐가 있다고 해넘이 즈음이면 연어마냥 돌아오는 이곳.

 

 

 

연말이면 강릉을 찾던 처음 몇 해는 먼저 안목해변 커피 거리에 갔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다양한 카페, 눈앞에 걸리는 것 없던 시원한 시야가 좋았던 곳.

 

두어해 전부터 카페 창으로 보이는 하늘과 바다의 크기보다 시야를 가리며 왔다갔다 하는 사람의 크기가 더 커졌다.

적당한 음악 소리보다 대화 소리가 더 커졌다.

나름 잔잔히 대화하던 사람들이 서로 안들려 더 크게크게, 대화보다는 소리치는 것 같은 모습이 흔해졌다.

 

그렇게 다시 조용한 곳을 찾다가 작년에 알게된 이곳.

몇 달전 이곳을 찾았을 때 지난 연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차분함이 좋아 찾는 곳인데 여기도 내년이면, 혹은 내후년이면 내게 또 다른 안목해변이 되려나.

 

 

 

** 편안한 숙소, 도깨비 방파제

 

역시 조용한 곳을 찾다가 가게된 영진 해변의 한 게스트 하우스.

찾은이는 나와, 올해 취직해 호텔리어로 일한다는 한 분, 이렇게 둘.

 

 

 

작년 일박을 했던 경포호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는 파티 컨셉의 소란했던 곳이라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편치는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중이었기에 더 그랬던 것도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투숙객이 둘 뿐이기도 했고 인적이 드문, 자그마한 해변이라 조용하고 따듯해서 9시간 정도 편히 잘 잤다.

 

사장님과는 들어갈 때는 짧게 인사만 했는데 직접 차려주시는 조식이 있어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했다.

나도 가게를 하나 하기에 주된 얘기는 숙소에서 보이던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사람들, 불과 2-3년 새 넘쳐나는 게스트하우스.

정말, 이 나라는 하나 뜨면 2-3년으로 결론나는 엄청난 나라.

 

제작년까지 게스트하우스 3-40개 정도였던 강릉이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만 160개 정도 된단다.

강릉,. 올림픽이 끝난 지금, 저 많은 게스트하우스, 그 외  펜션/모텔/호텔/민박들이 유지가 될 수 있으려나-

 

 

 

 

주문진 가는 길목의 영진 해얀은 소소하고 단촐했다.

여느 강릉 해변이 그렇듯 일단 커피샾 몇 개, 술집 하나, 횟집 몇 개를 지나면 벌써 다른 끝을 지난다.

 

처음 찾는 곳이니 저녁먹기 전 가볍게 주위 한 바퀴를 둘러볼까, 하던 중의 영진 해변.

온화했던 바닷바람은 어둠이 드리워지며 매서워졌고 올해 처음으로 모자를 썼다.

해변을 왔으니 물회가 어떨까, 했던 저녁 밥상은 9시 즈음 다들 문을 닫는 동네 특성을 모르고 있다 닭 한 마리로 때움.

 

강릉 씩이나 와서 닭이라니.

 

 

 

숙소 근처에 있던 도깨비 촬영지.

감정이 담겨야 하는 장면에 차분한 배경이 인상적이었던 그곳.




차분한 배경에 방파제에 부서지는 파도가 있어 더 아름다웠던 장면이었는데 이게 여기였구나.

겨울바다에 부서지는 파도는 한결 컸고 더욱 인상적이었다.


숙소가 있는 영진 해변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1.2km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두 번째 방파제.

숙소 사장님 얘기로는 따듯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가서 사진 찍는다 그랬는데 이 추운 날씨에도 사진 줄이 있었음.

 

그 뒤로는...

역시나, 도깨비 횟집이 있었다 =_=

 

 

 

 

 

** 강릉은 소머리국밥

 

숙소 사장님이 소머리국밥 좋아하냐머 알려준 근처 국밥집.


강릉 토박이인 사장님 왈, 강릉 사람들은 곰탕, 설렁탕을 안먹는단다. 곰탕, 설렁탕 가게들은 다 최근에 생긴 것들이라고.

의식하며 다닌건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나름 강릉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곰탕, 설렁탕 간판을 못본 것 같기도 하다.

한마음대축제(?)  이런거 하면 온 강릉 소머리국밥집들 다 와서 국밥을 했단다.

 

영진 해변에서 주문진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데 건물 자체는 길가에 있으나 입구가 골목에 있는 전형적인 옛날 집.

소머리국밥 8000원 / 특 10000원

 

잘 되는 집의 상징인 단촐한 메뉴를 넘어 달랑 국밥만 하나.

주문 후 먼저 밑반찬들이 나오고, 이어 국밥이 나온다. 국밥이 나오기까지 5분이 안걸림.

 

 

 

 

숙소 사장님이 그랬다. 여긴 김치가 제대로라고.

지금껏 동네 사람이 가라는데로 가서 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뚝배기 가득 들어있는 머릿고기, 진하지만 들러붙지 않는 깔끔하고 삼삼한 국물, 그리고 역시 김치가 제대로-

명태  아가미젓으로 담근 김치라 했는데(by 숙소 사장님) 깔끔하고 적당히 신 배추김치와 정말 깔끔한 맛의 총각김치가 인상적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으면 반찬까지 싹 다 깔끔하게-

살짝 이른 점심시간에 찾았기에 바로 앉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먹는 사람들 전부 "오- 맛있다"  "이건, 그거같아, 김치먹으려고 라면 먹는 그 기분"

 

역시, 국밥도 국밥이지만 김치가 대단했다.

식사 후 포장해 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국밥의 할머니, 반찬 및 서빙의 딸? 며느리?, 서빙과 계산의 손자?

이렇게 세 분, 삼대가 하는 집 같았다. 손자분? 이 숙소 사장님과 아는 분이라고 하던데..

수북한 대파 더미가 많은 이들이 찾는 집이라고 자랑하는듯-

 

 

 

 

 

 

** 테라로사 커피공장, 역시 큰데는 가는게 아니다

 

어지간하면 작은, 소소한 개인 가게들을 좋아하는 편.

나름 많이 강릉을 찾은 편이지만 여태 테라로사는 온적이 없었다.

남강릉IC에서 나와 채 5분이 안걸리는 곳이기에 가는게 힘든 것도 아닌데 뭘 굳이,. 하며 안가던 곳.


이번에는 이틀 간 내내 나름 사람보기 힘들었기에 "사람이 그래도 좀 적겠지?" 하고 가봤지만 음,.

 

그냥 사진 한 장으로 대체.

자리 잡는 것도, 주문하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화장실을 잠시 들러줬는데  음,.

거사를 해결하는 공간에 냅킨은 좀 아니잖은가...

 

 

 

 

 

** 잠시 사람을 피하고 싶은 시간

 

일년 내 회사에 가게, 일과 사람에 치이던 마무리를 위해 가지는 시간이기에 가급적 한적한 곳을 찾는다.

 

요가 강사로 일하는 친구가 그랬다.

유달리 수업이 많고 말을 많이 했던 주는 주말에 어디 나가지 않고 일부러 한 마디도 안한다고.

시달린 시간 후에는 꼭 비워주는 시간이 있어야 하나보다.

 

같은 이유인가, 고속도로보다는 가급적 국도, 지방도를 이용하기에 지나가던 대관령 구길.

강릉에서 횡계 방향으로 가다보면 정상 가기 전에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고 주차장과 데크를 해둔 곳이 있다.

산타러, 대관령 대회 등으로 나름 많이 지나던 길인데 항상 그냥 지나치다 오늘은 잠시 차를 대본다.

 

산자락이 내려가다 편안히 드리워진 곳에 펼쳐진 모습 그대로가 있었네.

차로 지나가며, 자전거로 지나가며 슥- 하고 지나던 곳, 잠시 눈에 비추이던 곳인데 찬찬히 보고 있으니 이 역시 좋네.

 

그러나 엄청났던 바람...

 

 

 

 

오늘 가장 오랜 시간 있던 곳.

이번에는 강릉권에서 대관령권으로 이동해 본다. 

시원하게 쭉쭉 뚫린 고속도로는 취향과 멀어 국도/지방도를 이용해 진부면으로.


개인 카페이지만 너른 공간에 두 동의 건물. 구석으로 앉아 자리를 편다.

 

대부분의 가게, 전시관에는 소품을 만지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다.

없더라도 감상만 하는 것이 기본. 따로 안내문은 없었는데 어지간히 사람들이 만졌나보다.

피아노에는 "제발 피아노 치지 마세요" 라는 격정적인 호소가..

 

해넘이 직전의 진부는 과연 추웠다.

낮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6시가 넘어가니 건물 창과 외벽을 뚫고 한기가 들어오더라.

 

 

 

 

 

 

한켠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송어축제_

 

슬 저녁상을 고민해 봐야겠다.

어젯밤 마냥 닭먹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짐싸고 움직여야겠다. 어느 덧 주위는 어둡고 한기는 더 강하구나.

 

저녁은 황태, 아니면 송어겠지.

이제 몇 시간 후면 2019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 한 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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